(왼쪽부터) 손수현 마블IP내부검수총책임자와 이희영 디렉터
지난 10월 24일 넥슨의 전략 카트 배틀 게임 ‘마블배틀라인’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다. 전세계적으로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만큼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와 같은 마블 히어로부터 타노스, 레드스컬과 같은 빌런까지 등장해 마블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각종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게임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게임 개발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와 함께 마블 IP를 소유한 IP 홀더의 검수 과정이 필요하다. 게임에 반영되는 각종 마블 IP와 관련된 요소가 전부 검수의 대상으로 이를 통과해야만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게임조선>은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서 검수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블배틀라인’ 개발에 참여한 이희영 디렉터와 손수현 마블IP내부검수총책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블배틀라인' 대표 이미지 = 넥슨 제공
먼저 ‘마블배틀라인’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세계관은 다양한 마블 히어로와 빌런들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마블 IP 홀더의 요구와 검수에 따르면서도 각종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으며, 그 해법으로 나온 것이 코스믹 큐브를 활용한 것이다.
이희영 디렉터는 “빌 로즈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회의에서 코스믹 큐브가 파괴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룰 것을 제안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스컬의 싸움에서 코스믹 큐브에 선과 악이 흘러들어가고, 두 사람의 기억 속 히어로와 빌런이 코스믹 큐브 조각에 형상화된다는 세계관을 설정해 다양한 캐릭터를 게임에 불러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스토리는 마블의 소개로 참여하게 된 알렉스 어바인 작가가 참여해 게임에 반영된다. 이는 마블 코믹스의 전체 세계관을 해치지 않기 위한 방침 중 하나이다. 넥슨에서도 마블 IP를 잘 알고있는 손수현 책임자를 통해 텍스트를 주고받으며 스토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수현 책임자는 “표현하고 싶은 것이 게임에 접목 시키면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작가와의 상의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하고 있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작가의 결과물이 마블 코믹스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영화를 통해 마블 IP 대중화된 국내 이용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진행한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스토리의 폰트, 고유명사, 여백까지도 검수 과정을 거친다 = 출처 마블배틀라인 공식 홈페이지
이와 같이 세계관 및 스토리를 위한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있지만 마블 코믹스의 가이드 라인에 맞추기 위한 검수 과정도 ‘마블배틀라인’이 완성되기 위해 거쳐야할 필수 사항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캐릭터들의 한글 표기 및 구성에도 검수가 필요하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고유명사의 경우 외래어표기법과 다르더라도 반영해야 하는 용어도 있으며, 알파벳 ‘I’의 표기법도 자신의 뜻하는 I와 그 밖의 I의 표기법이 다르다. 나아가 말풍선, 폰트, 여백까지 마블의 검수를 거쳐야 이용자들에게 공개될 수 있다.
일러스트에서도 기존에 알려진 핏줄의 묘사나 총기 및 테러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외에도 저작권 문제도 검수의 과정 중 하나이다. 실제 사례로 게임에 등장 하는 퍼니셔의 총기, 어벤저스 타워 근처의 주요 건물,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노란 택시까지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뒤 게임에 적용됐다. 이 밖에도 성우의 녹음 역시 마블 가이드에 따르거나 지정된 성우를 사용해야 한다.
이희영 디렉터는 “검수와 관련해 가장 타협이 힘들었던 캐릭터는 스쿼럴 걸이었다. 메카닉이나 수트와 같은 경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캐릭터의 얼굴이 표현되면 검수가 까다로워졌다. 특히 스쿼럴걸의 경우는 마블 측에서 레퍼런스를 보내줬지만 우리나라와 정서와는 잘 맞지 않았다. 반복적인 과정 끝에 지금의 스쿼럴 걸이 탄생했다”고 캐릭터와 관련된 일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검수에 어려움이 많았던 스쿼럴걸 = 출처 마블배틀라인 공식 홈페이지
이와 같은 검수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콘텐츠가 게임에 반영된다. 개발 초기에는 스토리의 대본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2~3개월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같은 기간에 스테이지 10개의 분량을 제작할 수 있으며, 캐릭터는 1개월의 기간이 걸리지만 병렬적인 작업으로 여러 개의 캐릭터를 제작하고 있다.
추가로 이희영 디렉터는 “게임 콘텐츠 외에도 보도자료, 공식 카페 공지, SNS 모두 검수의 대상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마블배틀라인’이 소통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많다. 정말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싶지만 이 검수의 과정이 끝나야만 글을 올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의도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위와 같이 이용자들에게 각종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와 빌런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마블 IP와 관련된 각종 검수 과정이 필수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검수의 과정은 영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을 위한 번역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블 팬들을 만족 시키기 위해 국내 마블 코믹스를 번역하는 이규원 번역가의 검수를 받기도 했다.
각종 검수 과정에 까다롭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와 함께 개인적인 욕심이 나기도 한다. 손수현 책임자는 “’마블배틀라인’에서 같은 인물인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멀티버스를 알아야 한다. 이를 모르는 이용자들이 많아서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희영 디렉터는 앞으로의 ‘마블배틀라인’에 대해 “마블의 매력을 잘 살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이고, 모바일게임이기 때문에 꾸준히 오랫동안 플레이해도 지겹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만큼 많은 이용자들이 즐겨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