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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관짝 탈출을 꿈꾸는 슈퍼 파이팅 로봇, 록맨 시리즈를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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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획기사를 쓸 때마다 항상 액션 게임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액션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플랫포머, 벨트스크롤, 런앤건과 같이 스테이지 진행 후 보스전이라는 뻔한 서사를 통해 클리어의 성취감이 큰 종류다.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섭렵해왔던 3개의 게임 시리즈인 <록맨(메가맨)>, <악마성 드라큘라(캐슬바니아)>, <소닉 더 헤지혹>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깊다. 

기회가 될 때마다 까고 있긴 하지만 필자가 마이티 No.9에 100달러를 후원하는 블랙말랑카우짓을 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비슷한 연유로 블러드스테인드:리츄얼 오브 나이트에도 100달러를 들이붓고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 3개 게임 시리즈의 전망이 밝지 않은 수준을 떠나서 산소호흡기 하나 달고 오늘내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허구헌날 오와콘(끝장난 콘텐츠) 소리 들으며 두들겨 맞고 있으니 팬 입장에서는 마음 아프다 =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 공식 홈페이지

소닉 더 헤지혹은 세가에서 얼굴마담 격으로 밀어주고 있긴 했지만 25주년 기념작인 소닉 포시즈가 소닉을 좋아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 불러다가 만들도록 시킨 소닉 매니아보다 저열한 완성도로 망해버렸고 록맨과 악마성 드라큘라는 시리즈를 대표하던 메인 프로듀서들이 각각 캡콤과 코나미를 떠나 정신적 후속작 제작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후속작 계획은 죄다 엎어지고 크로스오버 성격이 강한 작품이나 사행성 게임인 파치슬로(파칭코 슬롯머신)에나 얼굴을 비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가 오와콘이라고 놀림 받는 것을 보며 진짜 꿈도 희망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2018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상상도 못 한 부활의 신호탄


록맨 시리즈의 30주년 역사와 8년 만의 정식 후속작을 발표하는 기념 영상 = 캡콤 공식 유튜브 채널

캡콤은 2017년 12월 4일 록맨 시리즈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방송에서 정말 느닷없이 록맨 클래식 시리즈의 신작인 록맨 11의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같은 해에 록맨 클래식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레거시 콜렉션 2편을 발매하긴 했으나 대부분은 필자와 같이 록맨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 하는 유저를 항햔 캡콤의 장사속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부 팬은 레거시 콜렉션 2편 발매 당시 일부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의 내용이나 게임 내 특전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질적인 록맨 8의 일러스트를 통해 정식 후속작의 떡밥이 아니냐는 결론을 도출해냈고 록맨 11의 발매 소식은 이러한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해당 디자인 콘셉트의 모습은 11편의 보스인 블록맨 특수무기를 장전한 록맨이다 = 게임조선 촬영

 슈퍼 파이팅 로봇과의 첫 만남


처음 록맨을 접하개 해준 문방구 오락기는 2000년대 초만 해도 흔한 놀이 문화였다 =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블로그

록맨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슈퍼 알라딘보이(메가드라이브)로 시작한 필자의 콘솔 경력이 결코 짧지 않다고 자부하고는 있지만 정작 록맨을 처음 만난 것은 클래식 시리즈는 물론이고 파생작인 록맨 X 시리즈도 한참 전개되고 있던 2000년 즈음으로 꽤 늦은 감이 있다.

평소에도 학교 앞 문방구에서 100원 넣으면 쵸코볼 조금 나오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한 판 플레이할 수 있는 오락기를 즐기던 차에 처음 보는 록맨 더 파워 배틀을 보고 흥미 본위로 게임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별도의 스토리 진행이 없긴 해도 록맨 클래식 시리즈의 보스들과 릴레이 전투를 벌이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진행 방식은 일단 거두절미하고 쏘고 부수고 날리는 통쾌한 액션을 좋아하는 취향을 직격했다.


자잘한 스테이지 생략하고 일단 보스만 쓰러뜨리면 그만이라 간단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 게임조선 촬영

개성 넘치는 보스들의 패턴을 파훼하고 획득한 특수무기로 보스 간의 약점 무기를 찾아나가는 과정도 꽤나 재미있었다. 특히 원 코인 클리어에 대한 로망이 충만한 그 나이대의 초등학생답게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동안 열심히 구경하면서 머리 속으로 패턴을 시뮬레이션했었는데 그 덕분인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정말로 켠 김에 끝판왕까지 깨는 일이 가능해져 록맨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됐다.

 시리즈의 확장과 함께 진보하는 액션

그러던 와중 평소에 읽던 게임 잡지에서 우연하게도 록맨 2의 공략이 실린 것을 읽게 됐고 해당 호에 실려있던 번들 CD를 구동하여 패미콤 에뮬레이터로 실행되는 록맨 2를 열심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시 게임 잡지 공략에 오류가 많았지만 메탈맨부터 공략하라는 것만큼은 지금까지도 통하는 불변의 진리다 = 게임조선 촬영

그 뒤에는 게임 잡지 부록으로 록맨 X가 실리는 등 정기적으로 록맨 시리즈를 접할 기회가 생기면서 더 많은 파생 작을 플레이하게 됐다. 록맨 X 시리즈는 벽차고 오르기, 대시 점프, 아머와 같은 신규 시스템과 함께 클래식보다 스피디한 진행을 선보이면서 조금 더 다채로운 액션과 손맛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맞춰 클래식 시리즈보다 더욱 강화된 보스들을 공략하는 과정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그 덕분에 록맨 시리즈를 더욱 폭넓게 즐기며 다른 시리즈를 섭렵해나갔고 결국은 지금처럼 시리즈 전체의 팬이 됐다.

 시리즈는 암흑기 플레이어는 권태기

파생작들이 나름대로 인기를 끌며 꾸준하게 후속작을 전개하긴 했지만 이 록맨 시리즈는 어느 시점부터는 주류에서 벗어난 게임이 되고 있었다.

한참 나중에서야 이나후네 케이지의 퇴사로 인한 프로젝트 동결이라는 뒷이야기가 밝혀지긴 했지만 클래식, DASH 시리즈는 소식도 없이 정식 후속작이 계보가 끊긴지라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시선에서 멀어졌고 이나후네 케이지의 퇴사를 기점으로 스토리가 삐걱대던 X 시리즈는 7편에서 어설프게 다른 게임들처럼 3D화 대열에 합류했다가 게임성을 시원하게 말아먹으며 본전도 못 찾아 8편의 엔딩에서 그럴듯한 떡밥 하나만 남기고 침몰했다.


되려 스피디한 게임 진행을 방해했던 3D 방식은 다음 편에서 바로 부정당한다 = 게임조선 촬영

그나마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어드밴스로 전개한 제로, EXE 시리즈는 나름대로 인기를 끌며 롱런하긴 했지만 시리즈가 깔끔하게 완결을 맞이하며 더 이상 시리즈가 이어질 수 없었고 결국 이 시기부터 필자는 록맨 시리즈에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한동안 손을 놓게 된다.

◆ 추억에 힘입어... 그래도 거기까지


잠시나마 록맨 클래식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해준 '에어맨이 쓰러지지 않아' = 니코니코동화 유저 세라미컬 영상 캡처

2000년대 말에는 경사스러운 소식이 있었다. 바로 록맨 9, 10이 비교적 짧은 텀을 두고 출시된 것이다. 해당 타이틀의 출시 배경에는 록맨 시리즈의 팬들이 만든 '추억은 억천만', '에어맨이 쓰러지지 않아'의 흥행이 있었는데 두 창작물의 인기몰이에는 시리즈에서 가장 성공한 타이틀이었던 '록맨 2'에 대한 추억 보정이 강하게 걸려있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이나후네 케이지가 후속작 출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록맨 2의 성공요인인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성취감이 큰 게임플레이의 구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래픽과 사운드가 8비트 수준으로 퇴보하긴 했지만 말마따나 재미 자체는 확실했기에 시리즈 생명 연장의 꿈이 이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게임 시리즈가 워낙 오래된 물건인지라 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16비트 게임기 이후 록맨을 접한 팬들에게 록맨 9, 10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품이었고 결국 이나후네 케이지가 얼마 뒤 캡콤을 퇴사하면서 록맨 DASH 3편의 개발중지와 함께 시리즈에는 사실상 사망 판정 떨어지게 된다.

◆ 그래도 행복회로는 다시 타오른다


푸른 뇌정 건볼트는 기대 이상으로 록맨 제로의 느낌을 잘 살려낸 정신적 후속작이었다 = 게임조선 촬영

캡콤에서 퇴사한 이나후네 케이지는 록맨 제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인 푸른 뇌정 건볼트와 록맨 클래식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하는 마넘나를 선보였다.

전자는 그래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명작은 아니어도 수작의 반열에는 올릴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마넘나가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필자는 캡콤도 이나후네 케이지도 살려내지 못한 이 게임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었다.


록맨 X 레거시 콜렉션 사운드트랙의 자켓에 적힌 'X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guu_tara의 트위터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 록맨 X 시리즈도 레거시 콜렉션을 발매하면서 후속작을 암시하는 떡밥을 심어놓은 것이 포착됐으며 곧 발매될 록맨 11의 흥행 여부에 따라 록맨 X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 제작될지도 모른다는 캡콤 측의 공식 인터뷰를 보고 난 뒤에는 그 여느때보다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중이다.

록맨 11의 성공 여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애초에 발매되지도 않은 작품의 전망을 논하는 것부터가 의미 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필자는 소망한다. 적어도 내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가 '그냥 시체'이기보다는 '엥?! 그거 완전 갓겜 아니냐' 소리를 듣기를


추석 특집 기사를 쓴 뒤 혼자 라이브러리에 없어 외로워할까 봐 바로 록맨 11을 예약 구매했다 = 게임조선 촬영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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