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디 개발사인 바이너리 헤이즈 인터렉티브는 끝자락의 나라에 내리기 시작한 죽음의 비가 모든 것을 파멸로 몰아넣은 이야기 '엔더 릴리즈:기사의 죽음'으로부터 4년 만에 시리즈 신작인 '엔더 매그놀리아: 안개 속에서 피는 꽃'을 정식 출시했다.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고바야시 히로시'는 마이너한데다가 굉장히 다루기 어려운 소재로 알려진 '메트로바니아'에 '다크 판타지'에 잘 녹아든 독자적인 세계관을 어필하여 전작은 물론 본작에서도 이용자 및 전문가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연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게임조선에서는 2025 타이페이 게임쇼 현장에서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약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얼리 억세스(앞서 해보기)를 진행했다. 어떤 피드백이 기억에 남았는지 궁금하다.
고바야시 히로시: 대부분 공통적으로 내놓은 의견은 전작에 비해 플레이가 쉬워졌고 그래픽이 좋아졌다. 그리고 전작과 달리 너무 어둡지는 않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 난이도가 지나치게 쉬워졌다거나 애절함, 서글픔과 같이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는 호불호의 영역이며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에 가까웠다.
Q. 메트로바니아 장르 자체가 가면 갈수록 고난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본작의 경우 되려 쉬워진 느낌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고바야시 히로시: 우리 스튜디오 내부에서도 전작보다 어렵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장르 자체가 주는 재미만큼이나 우리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이 게임을 끝내 클리어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 게임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변조를 주게 됐다. 물론 전작과 같이 깊이 있는 매트로바니아를 플레이하길 원한다면 하드 모드를 통해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얼리 엑세스 버전과 정식 출시 버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고바야시 히로시: 우선 게임의 볼륨이 훨씬 방대하다.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얼리 억세스 버전은 약 2시간 분량에 그치는 반면, 정식 출시 버전은 약 25시간 내외의 플레이타임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게임 내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재화로 설정 자료나 코스튬을 획득하는 등 게임 진행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캐릭터와 세계관 정보를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하거나 커스터마이징과 관련된 흥미로운 요소들을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파고들수록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Q. 정식 출시 이후의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가?
고바야시 히로시: 유료 dlc 계획은 따로 없지만 무료 대형 업데이트는 준비하고 있다. 전작과 같이 보스 러시의 형태가 될 것이다.
Q. 지형의 입체감이 전작에 비해 훨씬 개선됐다. 비결이 무엇인가?
고바야시 히로시: 전작에 대한 반성에 가깝다. 엔더 릴리즈에서는 액션 전반이 대부분 평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너무 평이하고 딱딱하다는 인상을 줬던 것 같다.
개발 방향성에서 게임을 즐기는 팬들에게 제공할 '분위기'와 '몰입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너무 딱딱한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원치 않았다. 그래서 지형을 전반적으로 가다듬고 상호작용을 늘려 다채로운 움직임을 구현하고자 했다.
전작에 비해 보다 넉넉한 예산과 개발 기간을 확보하여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본다.
Q. 일반적인 메트로바니아 장르에서 2단 점프, 공중 대시 등의 조작 액션 관련 어빌리티는 게임 진행도에 맞춰 조금씩 해금되고,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해당 어빌리티가 없다면 진행이 불가한 지형을 만들어둔 다음에 추후 돌아와서 맵을 반복 플레이하도록 설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얼리 억세스 버전을 기준으로 본작은 이른 타이밍에 대부분의 어빌리티가 열린다. 난이도를 완화한 것과 별개로 이런 구조를 취한 설계 의도를 들어보고 싶다.
고바야시 히로시: 엔더 릴리즈에서 이어지는 게임이라는 '일종의 연속성'을 의도한 설계다. 특히 전작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에게는 빠르게 전작과 같은 액션 체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20분 정도만 지나면 대부분의 액션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도 다양한 액션을 추가해놓은 상태다.
다양한 액션을 퍼즐처럼 조합하여 맵을 밝히는 재미가 충분하기 때문에 초입부에서 대다수의 액션을 얻는다고 하여 중후반 게임 플레이에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게임의 배경이 중세에서 근대 스팀펑크로 넘어간 이유는 무엇인가?
고바야시 히로시: 전작은 고딕 판타지였지만 속편 개발을 결정했을 때 똑같은 그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오히려 개발팀에서도 그 부분에서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다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Q. 본작은 전작인 '엔더 릴리즈'로부터 수십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 시놉시스를 보면 여전히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트루 엔딩으로 취급받는 C루트에서 죽음의 비를 포함한 모든 오염을 정화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매그놀리아는 여전히 아포칼립스 세계관인지 들어보고 싶다.
고바야시 히로시: 엔더 매그놀리아는 실제로 언급해주신 C루트 엔딩에서 이어지는 세계다. 다만 재앙을 가져온 원인은이 전작의 '오염'과는 다른 요소인 '연기'다. 자세한 내막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서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
Q. 전작과 비교하면, 공격 방식이나 능력 발현이 보스를 쓰러뜨려 정화시킨 뒤 동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연금술 합성생물인 '호문쿨루스' 로 한정되어 있다. 호문쿨루스를 게임 내 주요 요소로 활용하면서 전투/스토리 측면에서 가져가고자 했던 방향성을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고바야시 히로시: 말씀해주신대로 전작은 동료 하나에 스킬이 하나씩 들어가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동료의 수는 25개로 결코 적지 않았지만 조합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본작에서는 동료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각자의 스토리를 강화하여 애착을 가질 수 있게했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스킬의 가짓수도 크게 늘어났다.
Q. 얼리 엑세스의 이용자 및 전문가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고바야시 히로시: 좋은 평가를 내려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들어보고 싶었던 것은 이용자들의 난이도 체험에 관련된 부분이다. 특히 전작과 달리 접촉을 통해 피해를 입는 판정을 삭제했는데 이를 통해 난이도가 적당한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평가가 만족스러웠다.
메트로바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는 해당 부분이 불합리하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라 생각했는데 거대 보스전을 통한 박력을 중시하는 게임의 기조에 맞춰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또한 UI와 같이 피드백이 있었던 내용은 대부분 개선을 진행했다. 얼리 억세스 버전의 좋은 평가가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전문가 평가의 경우 다소 긴장되기는 했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디렉터인 오카베 케이스케도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Q. 엔더 시리즈에는 설정상 6개의 나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릴리즈에서 나온 '끝자락의 나라', 매그놀리아의 배경인 '그을음의 나라' 외에도 다른 국가들을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 제작할 예정인지 들어보고 싶다.
고바야시 히로시: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나라 하나당 하나의 게임이라는 형태로 고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시리즈인 '엔더 릴리즈'와 '엔더 매그놀리아'는 이용자들이 좋아해줘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Q. 음악 파트에서는 '디모'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Mili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그룹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OST를 제작함에 있어 특별히 주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고바야시 히로시: Mili와 엔더 릴리즈부터 같이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리즈의 디렉터인 오카베 케이스케가 Mili의 열렬한 팬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굉장히 우리의 아트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하여 자연스럽게 본작에서도 함께할 수 있게 됐고 모든 곡의 작곡을 담당해주고 있다.
물론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스팀펑크 중심으로 아트 스타일이 달라진 만큼 악곡의 분위기도 드럼 베이스가 기반이 되는 쪽으로 변화를 꾀했다.
Q.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매료된 유저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러한 세계관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소설, 만화 등 미디어믹스를 전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고바야시 히로시: 오퍼는 있었으나 거절했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작품이지만 미디어믹스 시장에서는 지나가는 작품으로 생각하여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설프게 진행하는 것은 안하느니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추후에 우리 작품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분이나 업체가 제안을 해주면 생각을 달리해볼 여지는 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바야시 히로시: 엔더 릴리즈와 엔더 매그놀리아를 꾸준히 플레이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 작품에서 하지 못하고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완하여 최고의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전작을 플레이하지 못한 분들이라도 본작은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