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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힘찬지역아동센터'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한 사회복무요원 '간식' 선생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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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크리스마스는 이런저런 이슈로 유난히도 어수선한 시기였지만 크리스마스 직후 디시인사이드의 닌텐도 갤러리에 올라온 하나의 게시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로 아동복지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저가 칭찬스티커와 트로피를 걸고 자체 게임 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했다는 근황글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모범적인 사회복무요원이라는 미담으로 회자됐는데, 게임조선에서는 직접 센터에 방문하여 해당 유저를 만나 이번 이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힘찬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재성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간식'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등의 사유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방과후 교실이나 각종 놀이 문화를 체험시켜 주는 복지기관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센터에서 어떤 방식으로 복무를 진행하고 있나요?

A. 보통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주 업무이며 예전에 포토샵을 배운 적이 있어서 디자인 요소가 필요한 업무에도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센터 내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자체적으로 게임대회를 진행한 미담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기획 배경이 어떻게 되나요?

A. 거창한 기획배경이랄것까진 없고 연말에 비는 일정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하다가 앞서 설명드렸듯이 제가 디자인을 어느 정도 할 줄 알다 보니, 포스터와 트로피를 만든 다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간단한 대회를 열면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Q. 센터에서 일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아무래도 교육기관이다 보니 주변 어른들이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겠지만, 저희 센터의 경우에는 선생님과 학부모님 모두 오락실이나 TV/컴퓨터로 직접 게임을 즐기면서 자란 세대다 보니 건전한 놀이 문화로 좋게 봐주시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주변 어른들의 호의적인 여론이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그럼 평소에도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종종 기획하고 계신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 평소에는 늦게까지 남아있는 아이들과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자체 대회까지 열면서 크게 기획하고 진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Q. 그럼 다른 선생님들도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종종 플레이하시는 건가요?

A. 그렇죠. 아무래도 아동복지센터의 업무 특성상 아이들에게 맞춰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자체가 역사가 꽤 긴 게임이라 구작을 해봤던 선생님들께서는 꽤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계세요. 

센터장님께서도 보글보글(버블보블)이나 너구리(폼포코)는 없냐고 물어보시면서 관심을 보여주고는 하십니다.

Q.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일종의 센터 전통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럼 복무 이전에도 이미 콘솔이 센터 내에 마련되어 있었을까요?

A. 콘솔의 경우 제가 따로 가져온 것도 있지만 이미 비치되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할 수 있는 게임이 워낙 한정적이었어서 최근에는 제가 가져온 타이틀과 콘솔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풀을 늘리고 있어요.

Q. 아이들이 곧 있을 설날 연휴 직전에도 대회를 할까 기대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A. (웃음)실제로도 아이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고려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Q. 아이들이 보통 어떤 게임을 좋아하던가요?

A. 대난투는 나이대 상관없이 다들 좋아하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복잡한 조작이 들어가지 않는 '별의 커비 시리즈'나 의외로 '포피 플레이타임', '프레디의 피자가게' 같이 유튜브 등지에서 인기가 많은 공포 게임을 유행처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고학년 아이들은 컵헤드같이 컨트롤이 어렵지만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Q. 게임 문화에 마인드가 열려있는 센터다 보니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편한 마음으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할텐데, 혹시라도 '이거 해보고 싶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게임은 없었나요?

A.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예상외로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콘솔에 주류 문화는 아니다 보니 '신작의 출시 일정을 미리 찾아보고 해보고 싶다'라는 개념은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PC랑 병행되는 'FC 시리즈' 같은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하고 있습니다.

Q. 단순히 대체복무라는 의무감으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즐기는 모습 덕분에 아이들이 간식 선생님을 잘 따르는 것 같은데요. 혹시 원래부터 보육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으셨던 건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 복무 이전에는 바리스타라는 본업이 따로 있었습니다. 원래는 소집해제 이후에 복직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근무 기간이 좀 남아 있고 이쪽 업무가 잘 맞는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바리스타로 접객을 했던 경험이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센터에 처음 온 날부터 아이들이 게임을 하자고 해서 힘조절을 하며 소위 말하는 접대 게임을 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아이들의 승부욕이 과열되어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을 텐데요. 어떻게 중재를 하고 계신가요?

A. 졌으니까 분해서 울고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아이를 보는 일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것이 아니다 보니 컨트롤 타워를 벗어나면 다른 선생님에게 인계를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사실 제가 작성한 게시글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달린 댓글들을 보면 느끼는 점인데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정확히 모르거나 편견을 가지고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고아원'이 아니냐는 말로 상처를 주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앞서 언급 드렸듯이 단순히 부모님이 모두 일을 나가서 늦게 들어오시는 '맞벌이'처럼 현실적으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손길을 뻗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게이머분들이 이런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정확히 알고 편견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발언할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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