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개발사 언캡드 게임즈에서 준비하고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배틀 에이스'는 스팀 공식 뉴스 허브를 통해 11월 7일부터 2차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임을 발표한 바 있다.
'배틀 에이스'는 스타크래프트 2의 밸런스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데이비드 킴 수석 디렉터를 중심으로 테드 박, 루크 만치니 등 렐릭, 블리자드에서 재직한 바 있는 RTS 전문 개발진들이 셋업이나 빌드와 같은 반복 작업의 지루함을 최대한 절제하고 시작하자마자 빠른 속도전으로 재미 요소를 추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배틀 에이스의 2차 비공개 베타 테스트에서는 신규 유닛과 밸런스 조정 그리고 AI와의 2:2대전 모드의 플레이 체험을 제공할 예정인데, 게임조선에서는 데이비드 킴 수석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테스트의 목적과 지난 테스트를 통해 수집한 피드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아래는 데이비드 킴과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 전문이다.
배틀 에이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배틀 에이스는 덱 빌딩 장르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장점을 취합한 방식의 게임으로 전투에 있어 준비 과정을 간소화하고 타격감과 컨트롤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2차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통해 무엇을 선보일 예정인가?
지난 1차 테스트에서는 소규모 코어 유저를 대상으로 1:1, 2:2의 PvP 플레이 체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이번에 2차 테스트에서는 유닛 상상 시스템의 도입과 2:2로 AI와 대전하는 모드를 테스트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초반 단계인 1티어에 소형 유닛만 존재했고 타입 간의 상성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형, 범위, 대형, 대대형으로 4개의 타입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며 상대의 덱을 확인하고 상성 관계를 파악하여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배틀 에이스는 기존의 RTS와는 방향이 다르다. 종족이나 진영으로 묶어 틀을 정하지 않고 '덱 빌딩' 형태를 취한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자는 방향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개발했던 스타크래프트 2를 예시로 든다면 누군가는 맹독충을 상대로 상성 열세가 잡혀있는 해병으로 산개 및 각개 격파와 같은 마이크로 컨트롤로 승리하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유닛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대신 상성을 마스터하고 타이밍을 찔러 들어가는 전략전술적인 플레이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인했다.
특히 APM(분당 행동 횟수)와 같은 피지컬 요소에 크게 구애 받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전작을 개발할 때 게임 자체가 너무 어렵고 컨트롤 요소의 비중이 과하다 보니 개발팀 내에서 새로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은 수준이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었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배틀 에이스의 경우 개발팀 내에서 RTS 경험도 없고 APM도 그리 높지 않지만 최상위권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RTS는 꽤나 매니악한 장르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를 바꿀 수 있을까?
개발 목표를 돌이켜보면 전작과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하스스톤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게임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하스스톤이나 매직 더 게더링(MTG)이 다 비슷한 게임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하스스톤도 MTG에서 지루하고 필요없는 부분을 최대한 쳐내고 재미 요소만을 극대화한 전략 덕분에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깊이 있는 게임성을 잡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배틀 에이스가 추구하는 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RTS는 게임을 즐기기 전에 너무 연습하고 배워야할 게 많아서 대중성을 잃었는데 누구나 게임을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금방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
배틀 에이스를 처음 소개할 때 메타에 따라 덱을 만드는 것도 실력의 일부라는 인터뷰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전통적인 RTS는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특정 유닛은 어떤 타이밍에 뽑으면 강하다'와 같이 비교적 금방 전략적인 요소의 가닥이 잡히는 편이다.
그래서 전략전술의 비중보다는 손의 빠르기와 정확성을 높이는 실시간 행동의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물론, 그조차도 재미 요소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배틀 에이스에서는 시즌마다 메타를 바꾸고 신규 유닛을 추가하고 밸런스를 바꾸며 전략과 전술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고 싶었다.
지난 테스트 당시 1대1과 2대2 대전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테스터들이 어떤 모드를 더 선호했는지, 그리고 테스트 이후 가장 많이 받았던 피드백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데이터상으로는 1:1 이용자의 수가 많았다. 다만 이 부분은 신규 IP라서 유입이 거의 없고 1:1을 선호하는 기존 하드코어 RTS 이용자 수가 많아서 나온 결과라는 내부 분석이 있었고, 오히려 프로 e스포츠 선수 출신 게이머들은 대체로 2:2를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쪽이었다.
다만, 어느 하나만 재미있게 하기 보다는 둘 다 두루 재미있게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즌마다 새로운 유닛을 추가해 게임 양상을 바꾼다고 이야기했는데 훗날 게임에 충분히 많은 유닛이 추가된 이후에는 하스스톤의 '야생전'처럼 옛날에 나온 유닛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해당 시스템은 분명 고려 사항에 있는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 개발사는 블리자드와 같은 대형 게임사가 아니고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있기 때문에 질문한 내용처럼 5년에서 10년 후를 내다 보는 업데이트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한다.
고쳐야할 문제가 많을수록 게임 개발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먼저 고민하기보다는 당장 눈 앞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해결하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질문한 내용은 서비스가 장기화되어 문제가 된다면 그 때 해결할 생각이다.
1차 테스트 당시에는 멀티 확장 순서와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초반에 멀티 확장을 방해하는데 성공하면 자원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져서 극복하기 힘든 모습이 많았다.
상대의 멀티 상황이 미니맵에 바로 보이는 것이 의도된 바인지 궁금하다.
의도된 부분이다. 무작위성과 실력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 중간 지점을 찾고 있었는데 각 플레이어의 유닛 구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상대의 멀티가 보이지 않으면 구성이 무작위성이 지나치게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번 2차 테스트부터는 상대의 덱 구성을 볼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놓았다. 1차 당시에는 대형 유닛인 킹크랩을 초반에 빠르게 끌어다 써서 밀어버리는 전략이 주효했는데 앞서 소개했듯이 상성관계가 확립됐기 때문에 상대의 덱을 보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RTS에서 명령이 입력되지 않은 유닛은 상대의 선제공격을 받으면 대응공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격, 정지, 이동 강제 명령을 입력하면 일단 상대의 행동과 관계 없이 입력한 행동을 강제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 기지를 파괴하면 엘리미네이트로 승리하는 상황에서 기지에 강제 공격을 명령시켰으나 아군 유닛이 적군 유닛에게 피격당하자 굳이 응전을 하여 원치 않는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생겼다.
해당 로직이 의도한 것인지 의도한 것이라면 어떤 이유로 그런 로직을 짠 것인지 궁금하다.
의도한 사항으로 RTS 메커니즘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배려하여 넣은 기능이다.
한국 정식 번역명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Enable Focus Fire' 옵션을 비활성화하면 기존 RTS처럼 전환이 가능하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내용인데 RTS 경험이 부족한 이용자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힘싸움을 하면 완벽하게 이기고 기지까지 파괴할 수 있음에도 견적을 잘못 내려서 기지만을 강제 공격하다가 역으로 패배하는 케이스를 굉장히 자주 봤다,
매 순간마다 상황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면 강제 명령에 의존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적절한 대응을 하는 AI가 보조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자신 있게 확듭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여러번 테스트를 거쳐 최대한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이 목표다.
지난 1차 베타 테스트의 경우 기대했던 만큼의 반응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1차 베타 테스트를 소규모로 진행했다 보니 출시 이후의 전망을 단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기존 RTS 플레이어들 특히 프로 레벨이나 관계자 중 스타크래프트:종족전쟁(브루드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좋은 평가를 내려줬다.
기대치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인류의 우주 진출 와중에 벌어진 자원 경쟁'이라는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지만, 내러티브 요소가 다소 약하다고 느껴진다. 장기적인 IP 강화를 위해 싱글 플레이용 캠페인이나 별도의 미디어믹스를 고려 중인지 궁금하다.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만 해도 게임 출시의 주기가 다소 길었고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팀이나 회사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PvP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PvE 캠페인 모드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한가지 게임 내에 여러가지 게임의 양상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개발 환경은 좋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워낙 많아졌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소를 두루 재미있게 만들어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보니, 한가지에만 온전히 집중하여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당장은 캠페인 모드에 대한 계획은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의향이 있다면 추후에 고려해볼 수는 있겠다.
시즌마다 새로운 유닛을 추가하고 밸런스를 조정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신규 맵이나 어픽스 등 새로운 전략 요소들이 추가될 수도 있는지 궁금하다
개발 상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오픈되어 있다.
다만 신규 맵의 추가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긍정하고 있지는 않다. 많은 맵들을 테스팅해봤으나 유닛 밸런스가 맵에 따라 너무 많이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신규 맵의 추가가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맵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존 배틀 에이스의 룰을 살짝 변형한 모드를 매주 또는 매 시즌마다 선보여서 게임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해보고 있다.
배틀 에이스의 양상은 스타크래프트의 사용자 설정 맵인 '신전 부수기'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해당 맵은 지금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맵인데 신전 부수기처럼 배틀 에이스도 한국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신전 부수기의 양상과 가장 비슷한 게임은 '클래시 로얄'쪽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해당 게임을 꽤나 재미있게 많이 플레이하고 있지만 배틀 에이스는 유닛 컨트롤의 자유도 그리고 덱빌딩의 재미 요소가 차별화되어 있어 다른 게임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 시장은 스타크래프트의 1편과 2편의 관계나 펍지와 포트나이트,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MMORPG를 제외하면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장악을 하고 있다면 후발주자가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을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실패할 확률 자체는 적다고 본다. 기존 RTS와는 다른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이용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나 또한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게이머로서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하여 인기 있는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해봤는데 한국 이용자들과 같은 게이머의 입장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배틀 에이스'를 꼭 한번쯤 플레이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존 RTS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겠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고 오픈 마인드로 배틀 에이스를 플레이해본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