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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녀석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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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 중 하나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2024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 스토리의 종료와 함께 명예롭게 퇴장한 주인공 '아이언맨' 배역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인 '닥터 둠'으로 복귀를 한다는 소식이었죠.

​물론 그의 복귀는 원래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이 되었어야 할 '정복자 캉'의 배우가 작품 외적 이슈로 하차를 하며 부득이하게 대체자가 필요했고 점점 평가와 주목도가 떨어지는 MCU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큰 한방이 필요했다는 사정이 있긴 하지만, 어쨋든 원작 코믹스에서 닥터 둠이 아이언맨으로 활동하는 챕터가 분명 존재했고, 코믹스 기준 토니 스타크는 영화와 달리 이런 저런 시련을 거치며 영웅으로 제대로 완성되지 않아 빌런에 가까운 성격과 행적도 많이 보였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린 여기서 모두에게 잊혀지며 가장 불쌍한 히어로가 되어버린 MCU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입장이 되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고의 히어로이자 일생의 목표 그리고 스승이었으며 동시에 아버지 역할을 대신한 유사 가족 '토니 스타크'의 얼굴을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나는 닥터 둠이다"하고 슈퍼 빌런의 행보를 보인다면, 안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전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이러한 갈등 구조를 서사에서 중점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들 하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충격적인 전개는 다소 마이너하긴 해도 이미 일부 비디오 게임에서 시도된 바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 주의 이번 콘텐츠는 각 게임의 핵심 스토리를 누설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지 않길 권장합니다.

■ 자강두천 '리우' vs '캉'


어른의 사정으로 들어가면 스토리 전개 편의성과 복제 캐릭터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제작사의 수작질(?)일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모탈 컴뱃 시리즈는 실사 모션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딱딱하지만 박력 있는 액션, 다소 잔혹하고 B급 감성 충만하지만 화끈한 연출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사실 초기에는 스토리가 중요하지도 않고 주목받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대전 격투 게임들처럼 어느 정도 서사와 전개를 중요시하는 흐름에 탑승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양대 주역이었던 리우 캉과 쟈니 케이지 중에서 리우 캉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어스 렐름에서 아웃 월드 침공을 막기 위한 무도대회였던 '모탈 컴뱃'이 모든 차원과 시간선의 사악한 이들을 유폐시켜 놓은 '네더 렐름'과의 전쟁으로 개념이 확장됐죠. 그 과정에서 대안 시간선(Alternate Timelin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모탈 컴뱃은 일종의 멀티버스를 형성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설정이 나중에 끼워맞춰지듯이 나오다 보니 시리즈 중반부에 주인공인 리우 캉이 사망하고 언데드로 부활하는 것은 물론 아예 네더 렐름의 황제로 등극하여 폭정을 펼치는 전개가 정사인줄 알고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동료들도 빌런으로 타락했고 말이죠.

물론, 나중에 모탈 컴뱃 11이 출시되면서 황제 리우 캉을 비롯하여 타락한 자들은 대안 시간선을 살아가는 인물들이고 첫 번째 시간선의 인물들은 여전히 정의의 편으로 어스 렐름을 수호하고 있으며 결국엔 최후의 승자로서 해피 엔딩을 맞이하지만, 아무래도 복잡한 스토리에 익숙하지 않던 구작 모탈 컴뱃 시리즈의 팬들에게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얼굴로 온갖 깽판을 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세 번째 시간선으로 리부트가 이뤄진 뒤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해당 스토리라인을 정리해주는 영상이나 칼럼은 모탈 컴뱃 팬덤에서 가장 높은 주목도를 가지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언제부터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었죠?
2011년부터요...


■ 능력도 목소리도 같지만 하는 짓은...


둘을 붙여놓으면 동일인으로 오인하는게
분명하게 의도된 바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간론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슈퍼 단간론파 2 -안녕히 절망학원-'의 정보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 팬덤을 꽤나 흔들어 놓았던 떡밥 중 하나는 신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코마에다 나기토'와 전작의 주인공인 '나에기 마코토' 동일인 여부였습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신체적인 특징, 옷을 입는 스타일에서 공통점이 발견됐고 이름을 분해 후 재조립(애너그램)하면 대놓고 '나에기 마코토다'로 해석할 수 있었으며 고유 능력인 초고교급 행운이라는 재능과 목소리는 아예 같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게임 외적인 이슈로는 제작사에서 처음부터 주인공과 함께 세부 정보를 공개해두었기에 '코마에다 나기토'는 2편의 주요 인물로 전작 주인공인 '나에기 마코토'이며 일종의 사이드킥으로 2편의 주인공을 보조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마에다 나기토는 1챕터부터 살인 게임에 휘말린 학생들을 교묘하게 이간질하고 은근슬쩍 스리슬쩍 분탕을 치면서 불신의 싹을 틔웠고 의도치 않게 선수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첫 타자로 살인을 시도하려고 헀음을 밝히면서 나에기 마코토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는 것이 밝혀졌고 전작을 플레이 해본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다 줬습니다.

물론, 추리 스릴러 장르의 게임이 다 그렇듯이 게임 후반부 전개에서 숨겨진 저의와 행동 경위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코마에다 나기토는 방식이 몹시 비뚤어져 있긴 하지만 희망이 가진 힘을 믿고 있었고 절망을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렇게 공통점이 늘어나긴 헀지만 결국 서사상으로 확실하게 둘은 다른 인물이며 코마에다 나기토의 행동은 결과만 좋았을 뿐 그것이 옳지 않은 방향임을 명확하게 하고 있죠.

지금 다시 봐도 코마에다 나기토의 존재는 전작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준 제작사가 그 이상의 반전을 게이머들에게 안겨 주기 위해 시놉시스와 캐릭터 프로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정말 작정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좀 맥빠지는 결론이지만, 동일인이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6인치(약 20cm)에 달하는 나에기와의 신장 차이

 

■ 거기 너, 내 이름을 말해봐라


DETERMINATION

언더테일의 서사와 3가지의 기본 엔딩은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서술 트릭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주인공의 정보는 '인간 세계에서 괴물들이 갇혀 사는 지하 세계로 떨어졌다는 것' 외에는 전무하다 보니 플레이어의 성향과 진행 방식에 따라 주인공의 이름과 정체성이 결정되는 특이한 방식이라 볼 수 있죠.

​때문에 만나는 괴물들을 상대로 자비를 베풀고 선한 행동만을 거듭하거나 가끔 나쁜 짓을 하기는 해도 선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의지(determination)로 행동하는 주인공 '프리스크(Frisk)'로 남을 수 있지만 만약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풀 한포기 남기지 않고 없애버리며 전진하면 살아 생전에 모든 것을 미워하고 증오했던 먼저 떨어진 아이 '차라(Chara)'의 의지와 동화되어 멸망의 길을 걷게 되죠.

​이러한 사실은 게임 속 등장 인물들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빈번하게 주인공의 정체를 착각하고 오인하는 메타 발언이 난무하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제작한 '토비 폭스'는 이러한 서술 트릭과 게임 내 복선을 치밀하게 배치하여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진실에 도달할 수 있게 했고 이는 언더테일이 201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디게임이라는 고평가를 받는 기반이 됐습니다.

​'와, 샌즈'라는 게임 외적인 밈 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트 그래픽만 봐도 옷차림과 배색이 엄연히 다르고 얼굴의 홍조 유무와 눈을 뜨고 감은 것을 통해 프리스크와 차라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명확한 사실인데 괴물들은 왜 그걸 헷갈려 하냐고 딴지를 걸 수 있지만, 실은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해봤다면 괴물에게 비춰지는 모습은 인간의 영혼이 가지는 의지에 기반하며 당연히 몰살 루트의 주인공은 차라와 같이 모든 것을 증오하고 미워하여 없애려고 한다는 점에서 차라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착각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전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겜안분을 걸러내는데 '프리스크 ≠ 차라'만큼 좋은 떡밥도 없으니 필요한 사람들은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합시다.


만약 범죄자 잡는 배트맨처럼 괴물들을 실컷 패놓고 살려만 놓으면
차라와 뭐가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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