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라이엇 게임즈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2025 LCK컵'의 플레이오프 1주차 마지막 경기를 진행했다.
LCK 컵은 2025 시즌부터 신설되는 새로운 국제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의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리그다. 그룹배틀및 플레이인 스테이지 결과에 따라 바론 그룹에서는 '티원'과 '한화생명 이스포츠' 장로 그룹에서는 '디플러스 기아', '젠지 이스포츠', '케이티 롤스터', '농심 레드포스'가 플레이오프서 경합을 벌이게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현행 버전인 '25.S1.3'으로 진행된다. 지난 버전에서 출시된 신규 캐릭터 '멜'을 마침내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지배 계열 룬의 소규모 리워크가 진행됐다.
특히 중립 오브젝트의 위력을 재조정하면서 프로 경기 단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탐식의 아타칸을 가져간 측에게 주어지는 어드밴티지가 상당히 줄어들어 이전보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 전투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2경기는 장로 그룹과 바론 그룹에서 각 2위를 차지한 젠지 이스포츠(GEN)와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의 매치업이 결정됐다. 실제로 양팀은 대회 시작 이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었던 만큼 그룹 배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1주차에서는 GEN이 HLE의 인게임 미스 플레이를 후벼파서 LCK컵 내 최단 시간 경기로 스윕승을 거뒀고, 반대로 GEN은 경기 수가 늘어남에 따라 조급하고 허점이 많은 운영을 노출하며 각자 경기력이 완전하지는 않음을 드러낸 상태다.
■ 플레이오프 2라운드 2경기 젠지 이스포츠 vs 한화생명 이스포츠
전반적인 밴픽 구도는 서로 잘하는 챔피언을 굳이 자르기보다는 풀어주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었지만 조합 구성 측면에서 상체와 하체의 합류전 속도가 살짝 어긋나 있어 GEN보다는 HLE의 완성도가 높아보였다.
1세트부터 양팀은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이어나갔다. 듀로(주민규)의 알리스타가 저레벨부터 득달같이 달려들어 바이퍼(박도현)의 소환사 주문을 소모시킨 다음 캐니언(김건부)를 호출하여 선취점을 따내는 한편, 탑에서는 제우스(최우제)의 나르가 리드를 유지했다.
불리한 스타트를 끊은 HLE였지만 제우스의 나르는 스왑을 걸고 다이브를 준비한 GEN의 설계를 받아치며 킬스코어를 동률로 맞췄고 동시에 유충 3마리를 동시에 공짜로 먹으며 대량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피넛(한왕호)가 목숨을 걸고 드래곤 스틸에 성공한 덕분에 나르-요네를 기반으로 한 사이드 운영 조합이 오히려 오브젝트 획득량을 앞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어떻게든 전령을 먹은 GEN이 이를 활용하여 양동을 걸어 미드 2차 포탑을 부수려고 시도했으나 딜라이트(유환중)이 상대의 교전개시 의도를 미리 읽고 화려한 등장을 선입력해두면서 연계 플레이를 망쳐놓았고 제카(김건우)의 요네를 호출하여 GEN의 본대를 일망타진한다.
결국 GEN이 이판사판으로 내셔 남작을 두들겨서 HLE를 불러냈다가 5:5 클린 에이스를 기록하며 패색이 짙어졌고 승기를 잡은 HLE가 넥서스를 부수며 기분 좋게 1세트 승리를 가져간다.
2세트는 양 팀 모두 벼랑 끝까지 몰리는 드라마틱한 게임이었다. 제이스와 바루스를 깔아두고 있던 GEN이 HLE의 밴픽 전략에 맞춰서 포킹이 아니라 브루저-AS빌드로 전환한 다음 교전 개시와 반격 수단을 확보하여 한타 조합을 구성한 덕분에 양 팀 모두 꽝 붙는 교전 지향형 조합이 됐고 이로 인해 치고 받는 과정에서 구도가 많이 뒤집히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초반에는 갱킹 지원을 받은 뒤 맞라인 솔로킬을 내며 앞서나가는 기인(김기인)을 중심으로 GEN이 연속 득점을 기록했고 격차를 벌려나갔으나 다소 안이한 포지셔닝을 취한 딜러진을 찌르고 들어가는 신 짜오-갈리오의 연계에 GEN이 대량 실점으로 하며 경기가 뒤집혔다.
하지만, 반대로 불리한 상황에서 아타칸을 먹고 떼를 쓰는 듯한 GEN의 플레이에 HLE가 과하게 호응했다가 단숨에 바이퍼를 제외한 4명이 쓸려나갔고 그대로 상단 2차 포탑에서 넥서스까지 단숨에 쓸려나가며 GEN이 승리를 거두는 허무한 결과가 나왔다.
GEN이 멜을 시작으로 포킹 및 중거리 견제를 이어나가다가 릴리아를 필두로 광역 수면 궁극기 연계로 판을 엎는 조합을 준비한다. 그러나 HLE가 마지막으로 꺼내든 히든카드인 딜라이트의 파이크가 모든 플랜을 박살내버리고 만다.
전선을 유지하며 앞을 든든하게 잡아줄 탱커나 브루저가 없는데다가 이동기가 없는 조합의 맹점 떄문에 파이크가 극초반부터 활발하게 로밍을 다니며 유효타를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HLE가 골고루 성장하며 기분 좋은 압박 구도를 만들어낸다.
킬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소환사 주문만 소모시킨다면 아지르의 슈리마 셔플 때문에 GEN의 플레이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잘 성장한 잭스가 대놓고 상대의 허리를 자르는 위치로 순간이동을 탔음에도 이를 처리할 화력이 나오지 못해 교전이 열리는 족족 연패를 거듭한다.
결국 GEN은 더블에 가까운 킬스코어로 3세트를 내준다.
4세트, GEN이 조합의 밸런스를 희생하여 모든 자리를 딜러로 채우는 극단적인 조합을 꺼내들었다. 무난하게 성장만 하면 버튼 하나로 적 전원에게 체력 압박을 줄 수 있는 카서스와 조건부 처형 패시브를 보유한 스몰더를 앞세워 어마무시한 고점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저점 또한 만만치 않은 조합이었다.
이에 HLE는 탑 선픽 카드로 추정되던 레넥톤을 미드로 스왑하여 피오라를 달고 사이드 단독 압박 운영을 통한 흔들기로 성장을 방해할 의도를 내비친다.
경기 내에서는 일단 맞라인 구도를 만들고 카서스의 풀캠프 동선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GEN은 스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소 느리게 라인에 도착했고, 그로 인해 기인의 암베사와 이를 도우러 왔던 듀로가 체력 압박을 당하다가 다이브를 당하는 이슈가 있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 카서스는 초고속 정글링이 가능한 자이라에게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고 무난하게 성장하는데 성공했고 쵸비(정지훈)은 남는 시간에 들어오는 갱킹은 대부분 흘려내며 순조롭게 용 조련 스택을 쌓아나갔다.
문제는 HLE의 성장세가 GEN에 크게 뒤쳐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힘이 초반에 킬을 몰아먹은 제우스에게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부분이었다. 즉각 대응이 가능한 군중제어기가 부족한 탓에 스몰더는 손쉽게 착취를 뜯으며 체급을 키우고 있었고 잦은 교전에서 카서스가 킬과 어시스트를 먹으면서 양팀 본대의 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HLE가 사이드를 돌아야 하는 피오라를 불러들이면서까지 5:5 상황을 유도했지만 카서스가 교전 시작 후에 터지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HLE의 나머지 일원들에게 진혼곡이 떨어지면 체력이 반 이상 날아가거나 생존기를 소모해야 했고, 남은 인원은 암베사와 카밀을 앞세운 스몰더와 애쉬에게 정리당하며 연패를 거듭한 끝에 2:2로 스코어가 맞춰진다.
GEN이 라인전 상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4세트와 마찬가지로 선봉장을 맡아 줄 인원이 없는 극단적인 조합을 완성한다.
문제는 초반에 다소 느슨하게 인원을 배치하고 동선을 설계한 탓에 캐니언의 비에고가 점화를 들고 레드 진영 정글 캠프로 잠입한 딜라이트의 뽀삐, 카운터 정글을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제우스의 아트록스, 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피넛의 니달리에게 시달리며 정글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조이기를 당한 끝에 전사하며 복구 불능의 치명타를 입는다.
캠프를 전부 장악당한 탓에 모든 라이너가 수시로 상대측의 압박플레이를 받아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손해가 누적되는데 하필이면 선진입을 담당해야 할 인원들에게 데스가 집중되어 한턴조차 버티기 힘들만큼 탱킹력 확보가 되지 않은 탓에 경기시간 내내 두들겨 맞는 결과가 나온다.
결국 26분 만에 1만 5천 이상의 글로벌 골드 격차로 GEN을 따돌린 HLE는 2번 연속 5전제 풀세트 접전을 뚫고 승자조 결승에 진출하여 디플러스 기아를 만나게 됐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