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서 흘린 눈물은 팬들 때문...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프로리그 시즌2에서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를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내용이 결국 사실로 다가온 것이다.
선수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가지 게임만 하기에도 벅찬데 두 가지를 번갈아가며 해야 하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
물론 협회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프로게임단 소속 선수들은 스타2를 준비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경기력 저하로 팬들에게 비난받을 걱정을 하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부담이 심한 선수는 아마도 정상급 선수들을 것이다.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자리에 섰지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 이들에게 있어 스타2는 '잘해야 본전'이다.
하지만 그만큼 팬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택뱅리쌍' 중 한 명인 이영호(KT롤스터)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지난해 오른팔을 수술한 이영호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서 1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실력저하에 대한 우려를 보란 듯이 물리쳤기 때문이다. 이쯤되자 팬들 사이에선 '이영호라면 스타2에서도 뭔가를 보여줄 것이다'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이영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영호는 "이제 배우는 단계"라며 자신의 현재 실력이 부족한 상태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몇 달 뒤에는 향상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리그 시즌2 미디어데이가 열렸던 지난 10일, 강남에 위치한 KT롤스터의 연습실을 찾아 이영호의 스타2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현재 본인의 스타2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생초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는 단계다. 현재 계급은 '별마스터'다. 별보다는 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가을에 프로리그 시즌1 들어가기 전에는 4~5일 만에 마스터를 찍었었다. 그 땐 이상하게 쉬웠다. 아마 그 때 계속 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시즌에 집중하느라 한참을 쉬다 다시 하니 어렵다.
▶ 스타2의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전략이 많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전략이 무궁무진해서 재밌다.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힘들 것 같다. 특히 기존의 스타1 팬들은 새로운 유닛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 본인에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프로토스가 사기이기 때문에 비슷하게 맞춰줬으면 좋겠다.
▶ 프로토스의 어떤 점이 사기인가?
전체적으로 사기다. 역장도 사기고, 차원관문도 사기고... 무엇보다 패치를 항상 하고 있는데 테란만 상향이 안 되는 것 같다. 많이 죽는 추세라 걱정이다.
▶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없나?
프로토스의 올인 공격을 막기가 어렵다. 저그도 마찬가지다.
▶ 단축키 설정은 어떻게 하나?
스타1 키로 한다. 완벽히 전환한 후에는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겠지만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그대로 해도 될 것 같다.
▶ 현재 종족 밸런스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로토스가 좋고 저그가 두 번째, 그리고 테란 순서인 것 같다. 나는 테란이 가장 안 좋은 것 같은데, 남들은 두 번째라고 한다. 이번에 패치가 되면 저그가 또 사기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그렇다면 테란에게 상향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유령의 저격과 EMP가 하향됐다. 그게 좀 아쉽다.
▶ 현재 가장 참고하는 스타2 선수는?
아직까진 없다. 애초에 기본기부터 다지고 VOD를 보려고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챙겨볼 예정이다.
▶ 이영호의 의료선을 이용한 화려한 멀티태스킹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플레이라 문제는 안 된다. 그게 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아직은 잘 안 된다.
▶ 강제로 병행을 해야 하니 스타1 실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데?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점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지만 걱정이 많다. 팬들이 경기력에 실망도 하실 수 있고... 확실히 예전만큼은 못할 것 같다.
▶ 연습 비중은 어떻게 두고 있나?
스타2를 처음 접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스타2에 '올인'하고 있다. 시즌에 돌입하면 스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시즌1 결승 때까지 많이 했기 때문에 괜찮다.
▶ 게임을 번갈아서 하면 헷갈리지 않는지?
많이 힘들다. 스타1은 반응도 느리고 그래픽에 차이가 있어 랙 걸리는 느낌도 난다. 병행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정말 힘든 도전이다.
▶ 프로리그 1~3세트에 스타1으로 출전하고 에이스결정전에서 스타2로 나올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나오면 좋다. 아직은 에이스결정전에 나갈 실력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실력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일 테니 좋을 것 같다.
▶ 만약 지금 GSL 코드A에 도전한다면?
바로 '광탈'할 것 같다.
▶ 스타2에서 선호하는 플레이는?
불곰과 해병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컨트롤도 내 스타일에 맞는 것 같다.
▶ 맵 파악은 끝냈는지?
아직 다는 못했지만 거의 다 파악한 것 같다.
▶ 프로리그 시즌2 개막이 열흘 정도 남았다.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최대한 스타2 준비를 많이 할 생각이다. 최근 스케줄이 많아 몸이 두 개라도 남아나질 않는다. 연습시간이 부족해 걱정이다.
▶ 첫 출전은 어떤 게임으로 하고 싶은가?
둘 다 애정이 많이 가서 뭐든 상관없다.
▶ 다른 팀들의 전력에 대해선 알고 있는지?
웅진스타즈의 김민철 선수가 잘한다고 들었다. 나머지는 미지수다. 다 비밀이다.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 친한 선수들끼리도 모른다. 엄살들이 심한 것 같다.
▶ 본인도 엄살 아닌가?
나도 엄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것은)사실이다.
▶ 시즌1 결승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당시 기분은 어땠나?
지는 것에 있어서 생각보다 '쿨'하다. 당시에만 화내고 바로 잊는 스타일이다. 팬들 때문에 감동 받아서 울었던 것인데 괜찮았다. 졌는데도 한 목소리로 '이영호 파이팅'을 외쳐줬다. 팬들 때문에 울었다. 그런 기분은 처음 느꼈다.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고 할 것 다하고 져서 후회는 없었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 역전할 수도 있었는데,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명훈 선수와의 경기 때는 중간에 드롭십을 잃어서 그랬던 것 같다. 김택용 선수는 정말 잘했다.
▶ 팔 건강 상태는 좀 어떤가?
사실 전 시즌을 치르는 동안 팔이 계속 안 좋았다. 지금도 안 좋다고 하면 약점이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안 하고 꾹 참았는데, 이제 좀 좋아지는 것 같다. 수술 후유증이 오래 간다고 하더라. 지금도 밤만 되면 쓰라리긴 하다. 지면 게임을 계속하는 스타일이라 아파도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 팀의 이번 시즌 목표와 예상 성적은?
상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중위권일 것 같다. 스타1은 최상위지만 스타2는 거의 하위권일 것 같다. 우리와 SK텔레콤T1이 굉장히 늦게 시작했다.
▶ 스타2는 해외 대회가 많다.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지?
당연히 출전하고 싶다. 해외에 나가는 것은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특별히 출전하고 싶은 대회는?
아직 어떤 대회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캐나다에 한 번 가보고 싶다. 친구가 캐나다에 있어서 얘기도 많이 들었고, 예전부터 가고 싶었다.
▶ 프로리그 시즌3가 시작될 쯤에는 '군단의 심장'이 출시될 예정이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의 스타2 선수들과 그나마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개인적으론 확장팩에서도 테란이 안 바뀌고 다른 종족만 좋아진다면 종족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대를 많이 하셔서 부담도 많이 되고 그런 상황이다. 부담되는 만큼 좋은 점도 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기대에 감사드리고, 이제 시작이니까 팬들께서 기대하는 만큼 언젠간 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성적에 대해)당장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3~4달 이후에는 확답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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