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다양한 민족이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신화 또한 다양하다. 그렇지만 이들 신화가 게임 속으로 들어왔을 때에는 민족의 정체성보다는 유저들에게 강력한 힘을 더해주는 캐릭터로 변한다. 이름만 들어도 강한 파워가 느껴지는 신들의 이야기가 게임 속에는 어떻게 펼쳐졌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한국 신화 최고의 드라마 '탁록대전'
탁록대전. 치우천왕과 황제헌원과의 전쟁을 그린 대서사시다. 정확한 역사서로 기록된 바 없기 때문에 여전히 수많은 신화와 이야기로만 후대에 전해지고 있는 고대 동이족의 광활한 정복기이기도 하다.
탁록대전의 결론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한국인들에게 탁록대전은 치우천왕이 황제헌원을 제압하고 신하로 삼아 천하를 제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우천왕이 염제를 물리치고, 헌원과의 전투에서 일진일퇴하는 과정 등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한국 신화 중 영웅으로서 치우천왕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일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을 여는 창세가에는 치우천왕과 같은 드라마가 없고, 고구려-백제-신라 등 다른 건국신화 중에는 기사(奇事)를 겪는 영웅이 있지만 치우천왕에 비하면 페이소스가 부족하다. 중국 관점에서 치우천왕은 죽음을 맞이한 뒤 나무로 변하고 그의 목에서 흐른 피는 호수를 붉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탁록대전은 게임으로 구현됐으면 하고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이야기로 전세계에 서비스되는 게임. 게임 스토리만으로도 한민족의 과거를 알 수 있고, 문화와 역사의 깊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더 안타까운 패온라인
탁록대전의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 무궁무진한 탓에 패온라인의 서비스 불발은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패온라인은 무협작가로 유명한 야설록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온라인게임으로 탁록대전이 주요 무대가 됐고, 한복 복색을 갖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한국색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패온라인은 서버 불안 등 기술적인 문제로 불과 1주일만에 서비스 종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온라인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신시를 열고 제왕으로 발전하는 과정 등은 한국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충분했다.
비록 패온라인은 사라졌지만 신패온라인 등의 소식이 간간히 전해지고 있어 탁록대전의 부활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 배경 게임 감소세 이유는?
한국 역사와 빼놓을 수 없는 개발자로 단연 김태곤 상무다. 그는 1996년 충무공전을 시작으로 임진록, 거상, 군주 등 한국을 배경으로 PC-온라인게임들을 개발했다.
김 이사의 게임에는 한민족들의 시련과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역사가 담겨 있다. 왜구의 침입과 이를 물리치는 구국의 영웅 이순신(충무공전, 임진록)부터 한낱 필부에 불과한 캐릭터(거상)까지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끔 게임을 제작했다.
이 외에도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제국 등 한국 역사를 주무대로 하는 게임들이 존재하나 이들은 모두 고전게임으로 분류되는 작품들로 최근에 들어서는 한국 무대의 게임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게임시장에서 중국이 주요 수출국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특정 지명 및 민족 정책 기조인 '하나의 중국'에 반하는 내용들이 게임 속에 담길 수 없어 한국의 역사와 신화 등을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색채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담아내는 게임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게임은 그 어떤 콘텐츠보다도 한국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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